내가 에니메이션을 그주 방영분을 매주 찾아본게 처음이다. 물론 1화부터 그렇게 보지는 않았지만 , 제작년인가 건담 데스티니를 매주 찾아보다가 스토리에 많이 실망해서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던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처음에는 세계 설정이 상당히 눈에 들어와서 보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잠깐 설명을 하면...
세계를 지배하는 브리타니아 제국이 조용히 있는 일본을 침략하여 , 정복하고 브리타니아의 한 자치구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브리타니아 인들은 상당한 귀족주의에 빠진 인종으로 , 일본인을 인간 이하로 탄압하고 멸시하였고 , 브리타니아에서도 제도적으로 브리타니아 인으로 인정하는 제도도 마련해서 브리타니아인으로 귀화한 '명예 브리타니아인'도 많다. 거기서 일본이란 이름을 되찾기 위한 독립 투쟁을 하는 무리들과 , 브리타니아의 몰락 왕족인 루루슈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른 나라사람은 모르겠지만 , 한국 사람으로서는 가히 기분 좋은 설정이 아니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그 설정 그대로 입장만 바뀐 것이다. 만화 내에서는 브리타니아의 잔행이 상당히 일본의 잔행과 싱크로가 된다. 잘만든 만화이지만 보면 기분이 안좋아진다. 그래서 뉴스에 우익 만화다 뭐다 말도 많았다. 나는 대체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그려놨을까 무척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다 보면 그런 분위기가 나오는것은 앞부분에 잠깐 뿐이고 , 결국에는 이런것과는 상관없이 주인공 루루슈와 브리타니아와의 대결로 압축이 된다. 이미 일본은 안중에 없다.
나름대로 산듯한 출발을 한 코드기어스는 1부가 끝나기 직전까지 꽤나 괜찮은 구성과 작화로 진행이 되었다가 , 2부에가서 그 분위기 다 말아먹고 막장 엔딩을 기록하는 , 거의 데스노트급 막장을 보여줬다. 스토리는 다른데서도 많이 정리가 되어있고 , 내가 그런걸 잘 못하기 때문에 여기서 언급하는건 넘어가고.... 하고싶던 이야기인 기어스에 대해서 잡담을 하겠다.
(서론이 너무 길다.. 그래서 살짝 접어둔다)
산듯하게 진행되던 기어스. 초반에 루루슈가 우연찮게 얻는 능력
"눈을 직접 보고 말한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
쉽게 말해서 "야 너 죽어" -> "네" , "너 빨래해" -> "네" 식으로 명령을 하면 무조건 복종하는 그런 구조. 이거보고 바로 떠오른게 '데스노트' . 데스노트를 벤치마킹해서 스토리를 재구성한것 같은 느낌을 확 줬다.
'그래 데스노트 개막장을 니네들이 잘 정리해봐. 너무 남용하지 말고.'
몇화를 거듭하면서 루루슈는 라이토( 데스노트 주인공 )와 마찬가지로 기어스의 능력이 어느정도 가능한지 테스트를 하고 다닌다. 그러면서 알아낸 제한 조건.
"한 사람에게 기어스는 한번밖에 걸리지 않는다"
오오 놀라운 제한 조건이다. 이걸로 남용 하는건 막겠군. 이정도면 너무 복잡하게 쓰지 않을 지도 몰라. 역시나 허점이 많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잘 하겠지.
이쯤에도 프로그래머 관점에서는 허점이 꽤나 많이 보인다. 이런 명령->수행 구조는 프로그램으로서 항상 적용되는 구조라서 , 일을 할때 서로 펑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알고 있고 써야하는 것이다.
허점 1) 직접 눈을 보고 말한다.
아시다시피 , 어느 시점에서 눈을 봐야 하는가다. 명령 시작부터 봐야하는지 다듣고 끝에만 봐도 되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물론 에니에선 명령중에 한번이라도 보기만 하면 Game Over인것 같다. 뭐 이정도는 가벼운 허점.. 하지만 이것도 나중엔 스스로에게 거울을 보고 기어스를 거는 오류를 범한다. 그리고 하늘보고 명령하는것도 좀 ..;
에또 그리고 멍령이라 함은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밥먹어" 의 경우 밥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무엇을 5W1H에 해당하는 모든 정보가 필요하다. 그래야 제대로된 명령을 할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경우는 문맥상&눈치학상&내맘대로 주어지지 않은 나머지 조건을 채울 수 밖에 없다.
에니메이션에서 이런 세부적인 명령을 하기엔 접근성도 떨어지고 , 몰입도 안되서 다 알아서이해하고 텔레파시처럼 의사가 정확히 전달 된다 라고 치고...
그래도 곤란한건 명령을 계속 들어라 라는 반복문을 걸수 있는 허점이 있다. 이건 중후반에 줄창 써먹는다 -_-; 스스로 인정하듯 , 기어스가 두번 걸리지 않는 허점이 문제가 되는것은 극 초반의 몇화 뿐이다. 후에는 간단히 "날 섬겨라"로 해결한다.
그리고 , 트리거를 잔뜩 걸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놔주고 나중에 지뢰처럼 써먹는 화가 너무 많이 나온다. 딱 데스노트 꼴이다. 개인적으로 이런식으로 기어스를 사용하는걸 바라지 않았다. 딱 1차 단순명령 에서 끝내는게 가장 깔끔하게 될텐데 , 그리고 실제로 초반에는 1차 명령만 기어스를 건다. "죽어라" "불어라" 등등.
중간에 루루슈가 스자쿠에게 "살아남아라" 라는 기어스를 거는게 나온다. 이건 상당히 인상적이다. 가장 기어스다운 명령의 처리가
아니었을까. 살 생각이 없었던 스자쿠는 그상황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을 해서 헤쳐나온다. 그래 그게 내가 생각 하는
기어스지. 근데 이게 반복문과 트리거가 걸려서 죽을 상황이 되면 발동한다 ( - -);;
야튼 '명확하지 않는 명령의 허점'은 이정도에서 정리하고
허점 3 ) 할수 없는 걸 시킨다.
코드기어스에서 가장 실망한 부분이다. 명령을 받고 수행한다. 뭐 그걸로 ㅇㅋ다 문제가 될게 없다. 그런데 중간에 이런 명령이 나온다
"나에 관한 기억을 지워라"
... 이게 명령듣고 "네" 하고 싹 지울수 있는 문제의 명령이 아니잖아! -_-. 기억이 무슨 노트에 적혀있어서 통채로 뜯어낼수가 있나. 명령을 받고 할수 있는 그런 문제의 명령이 아니잖아.
하지만 에니메이션에선 "네" 하고 싹 잊는다. 상당히 실망했다.
저게 되면
"넌 헐크가 돼라" "넌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아라" "넌 천재가 돼라" "넌 과거로 돌아가라"
안될것 같지가 않다. 기억까지 지우는데 못할리가 없다 -_- 그나마 데스노트는 못하는 명령 적으면 심장마비로 걍 죽었는데 -_-
에니메이션이라 필요한 부분은 가져가고 , 힘든 부분은 포기하면서 스토리를 써 나가는게 맞다. 하지만 난 기어스를 이런식으로 남용해서 스토리를 막장으로 날리는걸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결말도 바라지 않았다. 결국 데스노트처럼 판은 있는대로 키우고 나중에 뒷처리 못해서 허덕허덕 대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1기 까지는 무척이나 괜찮은 에니였다. 막판에 살짝 망가지지만
2기는 의무감에서 봤다. 정말 재밌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 내눈에 허점이 너무나 명백히 보여서 좀 답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