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3. 11:32
어릴때 일이다.

내 아버지는 가족을 데리고 이리저리 맛있는걸 먹으러 다시니길 좋아하시는 분이었다.
그래서 매달 한두번씩은 외식을했고 , 그 코스는 주로 마산에가 가까웠던 진영 갈비촌이었다.
거기선 비교적 싼 가격에 갈비를 먹을수가 있었기에 , 내 가족은 거기서 20인분씩 먹곤 했다.

그때 진영은 좀 농촌 같은 분위기가 있어서 , 수풀이 많이 우거져 있었다.
고기집 주위엔 여러가지 밭들이 많았고 ,
식사를 한 후에 거기를 뛰어다니면서 구경하는 것도 한가지 재미였다.

어느날 배추밭이 있었고 , 거기에는 배추흰나비 애벌레들이 헤처리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비가 되기 위한 고치들도 많이 있었다.
너무 신기했던 나는 거기서 배추 흰나비 고치를 여러개 뜯어서 집으로 가져왔다.

고치에대한 지식이 없었던 나는 , 그저 그대로 고치를 화분에다가 놔두는 것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거기서 나비가 나오기만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화단에 나비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너무 신기하고 이뻤다. 그리곤 내가 놔둔 고치를 다시 봤다.
몇개는 나비가 되어 껍데기만 남아있고 , 몇개는 아직 그대로 였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막 벌여져서 나비가 나오고 있었다.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보는 장면...
그런데 그런데 , 나비가 너무 힘들어 하는게 보였다.
반정도 나왔는데 , 마저 나오지 못하고 바둥바둥 거리는 걸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파왔다.

그래서 도와줘야지 라는 생각을 해서 고치를 잡아서 벌려줬다.

나비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짓을 했는지 알것이다.

나비는 고치에서 나오면서 껌을 잡아 늘리듯이 ,
고치에 붙어있는 날개를 쭉 늘리면서 나와야 정상적인 날개를 가지게 된다.
즉 , 고치에서 힘겹게 날개를 늘리지 못하는 녀석은 나비가 되지 못하고 ,
그저 개미나 사마귀의 밥이 될수 밖에 없게 된다.

내가 도와줬던 그 나비는 .. 결국 펼쳐진 아름다운 날개를 가지지 못하고 ,
단 한 번도 날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갔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무엇이든 고통의 과정이 있다.. 힘든 과정이 있다..
그걸 스스로 극복해 나가야 , 좀더 나은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충분히 아파해야.. 나비가 된다...

물론.. 나비에겐 그게 고통이 아니겠지?...
Posted by 마고자